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과 전류 단위 '암페어'(A)는 물론 온도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몰'(
mol
)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재정의된다. 국제단위계(
SI
)의 기본단위 7개 중 4개가 바뀌는 것은 143년 만이다.
국제도량형총회(
CGPM
)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최종 의결한다. 개정된 단위 기준은 2019년 5월20일부터 사용한다.
전세계 도량학자들이 단위 4개를 재정의 하는 이유는 기존의 정의가 불안정하고 시간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1889년 열린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는 백금과 이리듐의 비율이 9대 1로 구성된 원기둥 모양의 원기(높이·지름 각각 39㎜)를 1㎏의 국제기준으로 정했다. 이 원기는 유리관에 담아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
BIPM
) 지하금고에 보관 중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기가 공기와 반응하고 이물질이 묻는 등 질량이 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1㎝의 머리카락 1개 질량에 해당하는 10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질량 변화는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의약품 등 정밀과학 분야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도량학계는 변하지 않는 물리상수를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은 '플랑크상수'(h)를 이용해 재정의 하기로 했다. 플랑크 상수는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다. 원기 무게로 정의한 1㎏을 플랑크상수 단위인
Js
로 정의한 것이다. 플랑크상수 단위에는 현존 측정기술로 정확이 알 수 있는 길이(m·미터)와 시간(s·초)이 들어간다. 도량학계가 고정한 프랑크 상수 값 '6.626 070 15×10-34'을 기준으로 ㎏를 정의하는 것이다. ㎏ 정의가 129년만에 바뀌는 것이다.
암페어(A)는 지금까지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m 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m당 1000만분의 2뉴턴(N)의 힘이 생기게 하는 일정한 전류'로 정의돼 왔다. 그러나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은 주관적이기에 '기본 전하'(e)를 이용해 정의하기로 했다.
온도 단위 켈빈(K)은 물이 액체와 기체, 고체 상태로 모두 존재하는 '삼중점'의 온도를 기준으로 정의하던 것을 '볼츠만 상수'(k)로 새로 정의한다. 물질의 양 단위 몰(
mol
)은 탄소 질량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아보가드로 상수'(
NA
)로 새로 정의한다.
4개의 단위 모두 고정값인 기본상수를 기반으로 단위를 정의해 불변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런 단위 변화가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위성항법시스템(
GPS
)은 정교해진 시간 측정을 통해 탄생했다"며 "앞으로 첨단기술은 극한 영역에서 미세 오차까지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측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4개 단위 정의가 한꺼번에 바뀌는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라며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하는 기술력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가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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