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제리코… 최고의 사자야 > 너른마당

본문 바로가기
missjini
사이트 내 전체검색
  상세검색


회원로그인

GP
뉴스를 보자
RSS Feed Widget
RSS Feed Widget
RSS Feed Widget

너른마당

잘 가라, 제리코… 최고의 사자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은영마마 작성일17-07-11 16:20 조회33회 댓글0건

본문

잘 가라, 제리코… 최고의 사자야

사자 ‘세실’의 친구 ‘제리코’가 10월29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세실의 무리를 잘 돌봐 준 ‘최고의 사자’였다.  브렌트 스타펠캄프 제공
사자 ‘세실’의 친구 ‘제리코’가 10월29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세실의 무리를 잘 돌봐 준 ‘최고의 사자’였다. 브렌트 스타펠캄프 제공


세실 친구의 죽음


2015년 7월 세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을 때, 세실의 위성위치추적장치(GPS) 목걸이는 작동하고 있었지만 제리코의 것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주문한 지피에스 목걸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실과 제리코는 각각의 프라이드(사자의 무리)를 거느리며 연대하는 파트너 관계였다. 둘은 보통 같은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세실에게 달아놓은 목걸이로 제리코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세실이 죽은 직후 그의 파트너인 제리코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는 오보가 전세계로 퍼지고 있었다. 세계의 눈이 짐바브웨 황게국립공원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정말 필사적으로 제리코를 찾아다녔다. 제리코를 찾게 되면 그의 목에 지피에스 목걸이를 달아 그의 안녕을 상시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제리코는 차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자였고, 누군가 옆에 다가오는 낌새라도 느끼면 도망치기 일쑤였다.


제리코는 어디로 갔나


제리코가 케네디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는 목격담이 보고됐다. 미국인 치과의사에게 세실이 사냥을 당한 구역의 바로 건너편이었다. 세실의 죽음 직후 나의 솔직한 말과 행동 때문에 나는 사냥 구역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역 출신 사파리 가이드들의 목격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신빙성 있는 보고가 올라오면 바로 출동할 채비를 하고 기다렸다.


세실이 죽고 난 뒤 삼주가 흐른 뒤였다. 그날이 마침내 왔다. 한 캠프의 사파리 가이드가 제리코가 암사자 두 마리와 함께 물을 먹고 있는 걸 봤다는 사실을 와츠앱(스마트폰 메신저)으로 알려줬다. 서둘러 장비를 챙긴 뒤 공원 관리당국에 무장요원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코끼리를 사냥하는 무장 밀렵꾼이 국립공원에 들어왔다는 제보가 있어, 출동 가능한 요원은 이미 다 나가버린 상태였다. 나 혼자서 제리코를 찾으러 가야 했다!


사실 사자를, 그것도 다른 사자들과 함께 있는 사자에게 혼자 다가가 화살(다트)을 쏘고 마취를 시키고 지피에스를 다는 건 무모한 일이다. 나는 아내 로리에게 운전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몇 년 전, 제리코와 사자 형제들에게 지금의 이름을 붙인 사람이 바로 로리였다. 우리가 사자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였다. 로리는 제리코를 “내 자식”이라고 부를 만큼 좋아했다. 로리는 흔쾌히 좋다고 했고 우리 부부는 랜드크루저에 짐을 싣고 제리코가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마취총, 마취제, 지피에스 목걸이, 테이프, 주사기, 캘리퍼스(두께 등을 재는 도구) 등이 상자 안에 담겼다.


불법사냥에 ‘세실' 희생된 뒤 세계는 그의 연대 파트너 ‘제리코'의 행방 궁금해했다

죽었다는 헛소문 퍼진 가운데 암사자와 함께 있다는 목격담
우리 가족은 홀로 찾으러 떠났다

마취가 시작되면 주어지는 건 딱 한 시간이었다. 한 시간 안에 지피에스 목걸이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털을 뽑고, 혈액을 뽑고, 이빨 길이를 재고, 사진을 찍고, 전체 몸 부위의 다양한 길이와 크기를 측정해야 했다. 그때까지 사자 87마리를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우리의 여섯살배기 아들 올리버! 결국 우리는 올리버를 랜드크루저 뒤 칸 상자 위에 앉히고 국립공원 안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제리코와 사자들이 물을 먹었던 장소에 우리는 도착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수사자의 것처럼 보이는 큰 사자 발자국이 비포장도로에 찍혀 있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지난 9년 동안 이런 작업을 한두번 해본 게 아니지만, 사자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나의 맥박은 빨라진다. 운이 좋게도 제리코의 목걸이 중 고장 난 부품은 지피에스 기기뿐이었다. 라디오 전파 송수신기는 아직 기능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사자 발자국을 따라 4㎞ 갔다. 안테나를 세우면 ‘삐’ 하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더듬더듬 자취를 쫓았다.


그렇게 다다른 곳은 사자 세 마리가 뜨거운 태양을 피해 쉬고 있는 티크나무(열대 낙엽수의 일종)였다. 태양 빛이 너무 뜨거워 제리코 마취 작업을 개시하기 좋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사자들을 지나쳐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이것저것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곧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기에 긴장의 끈을 놓진 않았다. 어떤 동물이 됐든 마취총을 쏘는 건 죽을 만큼 떨리는 일인데, 심지어 세계가 행방을 쫓고 있는 사자 제리코 아닌가. 새 목걸이를 제리코에게 걸어주면 그의 움직임을 한 시간 단위로 관찰할 수 있을뿐더러 불법 사냥꾼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이제 곧 그렇게 할 참이었다. 마취약을 장전하는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마취제 화살을 맞은 제리코. 약 기운이 퍼진 뒤 한 시간 만에 목걸이 교체 등 모든 작업을 해치워야 한다.  브렌트 스타펠캄프 제공
마취제 화살을 맞은 제리코. 약 기운이 퍼진 뒤 한 시간 만에 목걸이 교체 등 모든 작업을 해치워야 한다. 브렌트 스타펠캄프 제공

여섯살 아들 올리버의 활약

올리버는 트럭 뒤 칸에 조용히 앉아 있었고 나는 마취총을 쥔 채 의자에 올라섰다. 아내가 조심스레 제리코가 있는 티크나무 쪽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가 접근하자 제리코는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도망가지 않았지만 우리가 덤불 가까이 이르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좋지 않은 자세다.

한 발에 명중시킬 수 있을 만큼 나는 시야를 확보해야 했다. 또한 마취제를 맞고 쓰러진 제리코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작업을 할 때, 주변 암사자들에 대한 시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장소여야만 했다. 만약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곳에서 제리코가 쓰러지면 좋지 않았다. 교체작업을 하는 동안 주변 암사자들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덤불 주변을 조심스럽게 뱅뱅 돌았다. 제리코가 덤불 끝에서 충분히 빠져나왔을 즈음, 나는 마취총을 들고 조준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뿔싸. 너무 성급했다. 마취제를 싣고 날아간 화살은 제리코 왼쪽 어깨 위를 살짝 스쳐 덤불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제리코는 크게 포효하더니 꼬리를 크게 휘젓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마 제리코는 세실과 함께 있을 때 사냥꾼이 쏜 석궁 화살을 떠올렸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진정시킨 뒤 로리에게 화살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밝은 핑크색 화살촉은 찾기가 쉬웠다. 나는 차 문을 열고 나가 화살을 회수하고 툭툭 털고서 다시 마취총에 장전했다. 두 번째 시도는 명중했다. 11분이 지나자 제리코는 약 기운에 쓰러졌다. 우리는 올리버를 트럭 지붕에 세우고 다른 사자들이 오는지 망을 보라고 했다. 나와 로리는 노련한 한 팀처럼 제리코에게 다가가 작업을 시작했다. 내 노트북 어딘가 올리버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이 있을 것이다. 모든 작업이 끝난 뒤 우리는 회복제를 주사하고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차 안에서 특별히 준비한 맥주 두 병을 따 제리코의 장수를 기원하며 건배를 했다. 제리코는 세계인과 사냥꾼을 관심을 끌고 있는 사자였다. 그리고 자신과 세실의 새끼들 또한 보호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순간이나마 제리코가 깊은 잠을 자길 바랐다. 마취에서 깨어나면 그에게 다시 많은 부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제리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전세계 언론은 세실의 친구 제리코가 10월29일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황게국립공원 그만의 안전한 왕국에서 잠을 자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지난주까지 제리코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던 우리 또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픔에 빠졌다. 지피에스 목걸이를 교체하고 일년 이상을 제리코는 자신의 프라이드뿐만 아니라 죽은 세실의 가족도 보호했다.


모험에 가득 찬 삶을 살고 죽은 그의 나이는 12살이었다. 늙은 이빨은 부러지고 바랬지만, 제리코의 몸만큼은 여전히 늠름한 자태였다. 하지만 그의 피로한 삶만큼이나 몸속은 골병이 들었을 것이다. 사파리 가이드는 제리코가 죽기 직전 비정상적으로 거친 숨을 쉬었다고 보고했다. 사체로 발견됐을 때 제리코의 자세를 보건대 아마도 잠을 자면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제리코는 인간들이 쳐놓은 철제 덫과 사자들과의 무수한 영역 싸움 그리고 몇 명의 불법 트로피 사냥꾼들 속에서 투쟁하며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위엄을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다. 제리코야말로 ‘최고의 사자’였다.


브렌트 스타펠캄프/황게국립공원 사자 연구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위쪽으로

접속자집계

오늘
393
어제
545
최대
6,699
전체
1,235,693
전문번역회사 :::거루:::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번역
사업자 등록번호: 214-98-57787
[오늘: 2024-06-15 () (제24주 제167일) 해돋이: 05:10 해넘이: 19:49]
회사소개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Copyright ⓒ 2002-2024 (단기 4357년, 공기 2575년, 불기 2568년) www.gurru.com All Rights Reserved.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eXTReMe Tra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