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해제 언급 이후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항공기 노선이 증가하고 면세점,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의 매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사드 사태 이전처럼 단체 관광객이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어서 유통업계의 매출 회복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입국자 수는 133만명으로 지난해 4월 대비 23.8% 증가했다. 이중 중국인 입국자수는 37만명으로 60.9% 늘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관광객 수는 매달 전년 대비 40~70%가량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 3월 증가세로 반전된 이후 4월에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그동안 부진을 겪었던 면세점 매출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4월 국내 면세점 전체매출은 15억2423만달러(약 1조6450억원) 규모로 지난해 4월(8억8921만달러, 약 9600억원) 대비 71.4% 증가했다.

앞서 3월 매출은 15억6001만 달러를 기록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의 객실 점유율도 70~8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일까지 진행된 ‘중국 노동절 프로모션’ 기간 동안 중국 관광객 대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0.5%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고객 매출 신장률(41.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중국인 개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무역센터점의 경우 중국인 매출 신장률이 174.1%에 달했다.

무역센터점은 구매력이 높은 이른바 큰 손 싼커들이 늘면서 객단가도 높아졌다. 노동절 기간 무역센터점을 방문한 중국인 고객수는 지난해 대비 48.4% 신장한 데 반해, 객단가는 72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81.7%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구매 단가가 큰 해외패션(142.3%), 럭셔리시계(92.7%) 등의 매출 호조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80.6%)과 식품(61.3%)의 매출 신장률보다 2배가량 높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각종 지표들의 상승세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 업계를 실망시켰던 중국 정부의 보복 해제 약속 중 ‘이번에는 다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정치국 위원의 보복 해제 약속 외에도 민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여러 차례 보복 해제 의사를 밝힌 점을 근거로 든다.

지난달 25일 리진자오 중국 문화여유부 부부장은 중국을 찾은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올 하반기에는 유커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연내 종전 선언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일반 여행객이 아닌 중국 보따리상들이 메우고, 특급 호텔의 경우 내국인 이용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본격적인 유커 귀환을 논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산둥, 우한, 충칭 등 일부 지역에 한국 관광을 허가했지만, 아직 온라인 단체관광 상품과 단체비자, 크루즈 및 전세기 등에 대해서는 제재를 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