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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 교사를 순식간에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고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한 '김포 맘 카페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기능과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낙인찍히고 인터넷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기까지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달 11일 오후 2시 22분께 인천 한 맘 카페에 경기도 김포 모 어린이집 교사 A씨에 대한 내용이 가장 처음 올라왔다. 사건의 발단이었다.
'서구 XXXX 수영장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요'라는 제목의 이 글은 '어린이집에서 견학 온 거 같은데 4살 정도 남자아이를 선생님이 확 밀쳐서 넘어뜨리더라고요'라며 아동 학대를 의심했다.
이어 '옆에 있던 분들하고 지금 다 봤다고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니까 쳐다도 안 보고…그제야 일으켜서 안아주고 하던데'라며 '멀리서부터 그냥 아동 학대 선생님이란 게 눈에 들어오네요'라고 썼다. 글에는 해당 유치원이 있는 지역명이 일부만 쓰여 있었다.
이 글에 순식간에 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사태는 빠르게 확산했다.
최초 글 게시자는 "인천시 서구 한 축제장에서 특정 어린이집 조끼를 입은 보육교사가 원생을 밀쳤다"며 경찰에도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했다.
맘카페 측에 따르면 이후 다른 회원이 김포의 한 맘 카페에 이 글을 그대로 옮겨 올렸고, 지역 학부모들이 파생 글과 댓글을 달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같은 날 오후 늦게 A씨를 포함한 해당 어린이집 교사들이 행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땐 이미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 어린이집을 찾기도 했다.
당시 공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김포 관할 파출소 측은 인천 서부경찰서에서 수사하는 사건이라는 사실을 전달받고 되돌아갔다.
그러나 학대를 받았다고 지목된 원생의 친척이 같은 날 오후 10시 56분께 김포 모 맘 카페에 재차 글을 올리면서 다시금 비슷한 사태가 재현됐다.
자신을 원생 이모라고 밝힌 이 글쓴이는 '(A씨는) 4살 아이가 안기자 아이를 밀치고 돗자리 흙 털기에만 고군분투했다'며 '봤냐구요? 아니요. 10여명의 인천 사람들에게 들었다'라고 썼다.
이어 '이 사건이 제 조카의 일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비슷한 글이 올라온 걸 봤는데 글이 내려졌기에 다시 올려본다'고 덧붙였다.
보육교사의 이름과 어린이집 실명 등 신상정보도 순식간에 털렸다.
공분한 몇몇 회원이 댓글로 어린이집 실명을 노출했고 A씨의 이름을 쪽지로 주고받기도 했다.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를 가해자로 단정 짓고 비난하는 글들도 넘쳐 났다. 당시 정황에 대한 A씨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해당 어린이집은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사건 발생 당일 A씨로부터 사직서를 받았다고 김포시에 보고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의 어머니가 신상 정보 유포자 처벌을 원하는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A씨 신상 정보를 유포한 누리꾼을 추적해 신병을 확보하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다.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통해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휩쓸리는 온라인 여론 형성 과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맘 카페를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소비자 운동' 차원에서 감시자 역할을 하며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회원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맘 카페만의 문제로 호도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측면이 있는데, 엄마들이 분노하는 보육 실태와 근본적인 문제 제기까지 무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