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양영애씨 부부 200억 토지·건물 기증…200억 어치 추가기부 예정
고려대에 200억 상당 부동산 기부한 노부부(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서 김영석(91)씨 양영애(83)씨 부부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평생 과일장사하며 모은 전재산을 기부하는 기증식 열렸다.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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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직업에 뭐 귀천이 있나요.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열심히 번 돈을 좋은 데 쓰는 게 참 좋아요 저희 부부는."
25일 오후 5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 김영석(91)씨와 양영애(83)씨 부부가 각각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천천히 들어왔다.
거동이 불편한 김씨는 일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어려워 앰뷸런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인자한 미소를 짓는 이들 부부의 얼굴에 깊이 팬 주름에서는 지나간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부부는 이날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200억원에 달하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증했다.
또 이른 시일 안에 200억원 상당의 다른 토지 6필지와 건물 4동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땅과 건물은 이들 부부가 50년 넘게 서울에서 과일 장사를 하면서 억척스럽게 모은 전 재산이다.
북한 강원도 평강군 남면에서 태어난 김씨가 월남했을 때 나이는 고작 17살이었다.
부모를 여의고 고향을 떠나면서 남은 형제들에게 "남쪽에서 돈을 벌어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김씨와 중매로 만나 결혼한 양씨는 생계를 위해 식모살이, 식당일 등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다가 1960년대 초부터 남편과 함께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종로5가에서 과일을 팔기 시작했고, 이후 점포까지 냈다.
부부는 좋은 과일을 구하기 위해 매일 자정 시장을 찾아갔다.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전차를 타지 않고 시장까지 1시간 거리를 걸어 다녔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는 경찰에 여러 번 붙잡히기도 했지만 좋은 과일을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쯤은 대수롭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는 문을 연 지 3시간 만에 과일이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과일 장사가 끝나면 식당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끼니를 해결했다.
그렇게 30년 동안 번 돈은 그대로 은행에 넣었다.
옷과 양말 등 옷가지는 돈 주고 사는 법 없이 얻어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부부는 이렇게 모은 돈과 은행에서 빌린 돈을 합쳐 1976년 청량리에 상가 건물을 샀다.
서로의 생일도 챙겨주지 못하고, 여행 한 번 가지 않으면서 아낀 돈으로 원리금을 갚아나갔고, 주변에 건물들을 하나둘 더 사들였다.
슬하에는 두 아들이 있지만, 미국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이들 부부는 말했다.
양씨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우리가 기부한 재산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힘이 되길 바란다" 환히 웃었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평생 땀 흘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학교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01&aid=0010426280
25일 오후 5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인촌챔버. 이날 재산을 기증한 김영석(91)· 양영애 씨(83·여) 부부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양 씨는 남편과 감사패를 번갈아 바라보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김 씨는 눈빛에는 오랜 꿈을 이뤘다는 감격이 스쳐지나갔다.
노부부는 젊은 시절 과일장사를 하면서 한 푼 두 푼 절약해 모은 200억 원 상당의 서울 동대문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고려대 법인인 고려중앙학원에 기증했다.
앞으로 200억 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 등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역대 고려대에 기부한 금액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본보는 24일 동대문구 소재 부부의 자택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낡은 소파에 사치품 하나 보이지 않는 검소한 거실. 벽 한편에 걸린 단출한 가족 사진과 창가에 놓인 화분 옆에서 노부부는 주름이 굵게 팬 양 손을 꼭 잡았다.
“된장이랑 꽁보리밥만 10년 넘게 먹었지요.”
양 씨가 회고하는 것처럼 부부는 혹독한 가난을 겪었다.
6·25 전쟁이 끝난 뒤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결혼했다.
서울 청량리의 무허가 판자촌의 집에서 15년을 살았다.
비가 내릴 때마다 머리맡으로 물이 떨어졌다.
1960년대 초부터 부부는 젖먹이를 등에 업고 리어카로 과일을 떼다 팔았다.
전국에서 과일을 실고 온 트럭은 오전 1시가 가까운 시간에 종로5가의 시장에 도착하곤 했다.
야간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었지만 부부는 다른 상인들보다 품질 좋은 과일을 먼저 받기 위해 통금을 뚫고 청량리부터 종로5가까지 달렸다.
중간에 있는 제기파출소에 붙들리는 일이 잦았지만 매일 같이 나오는 부부의 근면함에 경찰들도 두 손을 들었다.
부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을 팔겠다’는 신념으로 일했다.
노력은 곧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하루에 10짝 남짓 팔았지만 몇 년 지나자 70~80짝을 가져다 놔도 3시간이면 동이 났다.
돈이 모이면 저축을 하고, 저축한 돈으로 땅을 조금씩 샀다.
부부는 티끌도 아꼈다.
새벽에 과일을 받아놓은 뒤 근처 해장국집에서 아침까지 일했다.
그 대가로 아침·점심밥을 그 식당에서 먹었다.
종로에서 청량리를 잇는 전차가 있었지만 요금을 아끼기 위해 부부는 장사를 마치고 집에 올 때도 다시 걷고 뛰었다.
생일도 여행도 없었다.
분기마다 한번 씩 가는 시장 상인들의 야유회도 빠지고 과일을 팔았다.
주변 상인들 중에는 “죽으면 가져가지도 못할 돈인데 뭐 그리 억척스레 사느냐”며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다.
부부는 “다 계획이 있어서 그런다”라고 대꾸하곤 했다. 부부가 말한 바로 ‘계획’이 바로 장학금 기부였다.
“우리 아버지가 미워죽겠어요. 나 공부 시켜줬으면 참 잘했을 텐데.”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양 씨에게 공부는 평생의 한이었다.
장사를 하면서 밤마다 짬을 내 독학으로 한글을 익혔지만 여기까지였다.
과일가게 앞을 지나는 대학생들을 바라볼 때마다 부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학교에 기부를 하기로 했다.
“두 아들에게도 우리가 기부를 한다는 걸 알리지 않았다”고 양 씨는 귀띔했다.
장학금 기증식에 참석한 부부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기부를 할 수 있어 기쁘다”며 “기부한 재산은 어려운 학생들이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써 달라”고 당부했다.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은 “평생 동안 땀 흘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20&aid=0003176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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